천 년의 거리 한 뼘
경주 남산 약사골에 얼굴 없는 부처님 한 분 계십니다.
언제 목이 달아났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자리를 지킨 건 천 년이라네요.
얼굴 대신 하늘을 걸고 앉은 부처를 보고
사람들은 어느 허공에 절을 했을까요.
얼마전 비뚜루 선 부처님 바로 세우고 주변을 정리하다 머리를 찾았다네요.
'불두는 땅속을 향하고 얼굴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얼굴 오른쪽과 오른쪽 귀 일부에서는 금박도 관찰됐다.'
남산 비바람과 빈 눈초리에 온 몸 닳은 부처님은
아직도 생기 발랄한 당신 얼굴을 만나 얼마나 어색하셨을까요? 그래도 좋으셨을까요?
얼굴이 더 좋아했을까요? 몸이 더 좋아했을까요?
몸에서 떨어져 십 미터.
땅에서 떨어져 오십 센티.
천 년의 거리치곤 너무 가깝지 않나요?
사정 뻔히 알고 있었을 부처님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아닌가?
이미 돌일뿐!
아무렇지도 않으셨으려나?
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