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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訓

취몽인 2020. 6. 29. 16:41
가훈 家訓


과부 땡빚 끌어다 낡은 아파트 하나 장만했던 김권사네 애써 수리한 집이 그만 이 년만에 다시 싹 수리해야 할 형편 됐다네

여덟 개 문고리 중 다섯 개가 떨어지고 다섯 개의 LED등 세 개가 나갔다네 싱크대 상판은 금이 가 물이 새고 수도꼭지에서는 분수가 솟는다네 안방 바깥문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서랍장 문은 어허 거꾸로 열린다네 베란다 문틈으로 비가 줄줄 새어들고 방충망은 튿어진 채 일 년째라 일간 들러 손보마 한 지 반 년인데 이젠 전화도 안받는다네 명색이 이십 년 알고 지낸 교회 친군데 저도 권사님 나도 권사님인데

수리하러 온 아저씨가 한 마디 하시네 알뜰히 중국산 썼네요 욕도 못하고 씩씩대는데 그집 막내 김권사 가슴에 쾅 못을 박네

'아부지 이젠 절대로 아는 사람한테 일 맡기지 말자!'

그날부터 김권사네 벽에 붙은 가훈이라네

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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