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낮달맞이

취몽인 2020. 6. 13. 11:08
낮달맞이


달맞이꽃은
달 밝은 밤에만
홀로 피는 줄 알았습니다
요번 봄 지나며
그렇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꽃 수다 쏟아지는 풀섶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소녀들 몇
빈 달도 없는 한 낮에
고운 소매 서로 걸고 하늘 보는
낮달맞이 처음 만났습니다

이내 봄 내내
분홍 소식이 끊이질 않더군요
성산 어디쯤 오름에 얹힌 친구네 집 뜰에서
지나치던 뒷골목 허물어진 담장 아래서
사진에 담긴 작은 절집 귀퉁이에서

그간 한 번도
아는 척 안했다 지청구를 쏟는 것인지
자꾸자꾸 얼굴을 내밀지 뭡니까
봄만 밝은데
어디 숨은 낮달을 바라보는지

마당 한 켠에서 같이 살자
친구네 갔다 몇 뿌리 얻었는데
술 취해 그만 놓고 왔습니다
그 놈 데리러
낮달 앞세워 다시 가야할 것 같습니다

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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