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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의 경영학

취몽인 2020. 7. 22. 13:47
염치의 경영학

시집 한 권 묶어 세상에 내놓는 일

내 보기엔
참 면구스러운 일인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자랑도 하고 싶을 것 같고
누구 말마따나
좀 팔려서 고마운 출판사 민폐도 좀 덜어주고 싶은 심정도 맞는 것 같은데
먼저 염치가 고개를 드는 건
재주 모자란 나만의 부끄러움일까
그냥 속으로 그러고 말 걸
잘난척 한 마디 던졌다가 혼났다
지도 글쟁이면서
축하는 못할망정 재를 뿌린다고
우르르 욕이 쏟아졌다
부러워서 샘이 나서 그런 거라고도 한다
대놓고 누구한테 말한 적 없고
그 또한 내게 대놓고 말한 적 없지만
혼자서 마음 아파 며칠 책도 덮었다

과연 詩는
부끄러운 스스로가 아닌 것일까?
내놓고 팔기에 염치없는 물건 아닌가?
나만 그런가?
그래서 늘 요자리인가?


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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