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검은 것들에 대한 평판

취몽인 2020. 8. 29. 09:58
검은 것들에 대한 평판


밤새 내리던 비 그친 여름 날
압도적인 울음 하나 아침을 깨운다

누구냐?

창을 여니 어둠 한 폭
막 솟은 하루의 맨얼굴을 씻는다

떠나지 못한 밤은 아니고

썩은 고깃덩이 한 점 없는 아파트 단지에서
대각선으로 솟아 오른 까마귀 한 마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으로 날아간다

십이층 할머니
불길한 예감따위는 발길로 걷어차 버리고

흔들리던 떡갈나무 우듬지가 잦아들자
깍깍 꼬리 꺼떡거리며 까치 몇 마리
까마귀 날아간 그림자를 좇는다 쫓는다

아무도 믿지 않는 반가운 소식 나부랭이
우수수 떨어뜨리며

시누대숲 아래 숨어 있던 검은 고양이
저 닮은 눈빛 날아간 하늘따라 소리없이 몸을 세우고

그새 더 밝아진 해는 검은 깃털을 빛나게 숨기고

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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