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그 새

취몽인 2020. 8. 3. 11:49
그 새


비 갠 하늘
꼬리 긴 호를 그리며 미끈하게 날던 제비
본 지 참 오래됐습니다

그때 그 하늘은
반가운 소식 전해준다는 귀한 까치들이
흥청망청 다 차지했지요

요즘은 북쪽에 살다보니
철 따라 기러기나 오리는 떼로 봅니다

집앞 나무 위엔 낯 선 직박구리가
텃세 부리느라 가끔 요란하구요
처마엔 게으른 비둘기들 폐품처럼 널렸습니다

그래도 그대로인 건
포로롱 푱
총알같이 날아가는 참새들뿐

하긴 그놈들도 이제는
겁이 없어져 가소롭긴 합니다

그 새 참
빈 하늘도 많이 변했습니다

2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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