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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棺
볏가리 하나하나 걷힌
논두렁
남은 발자국에
뒹구는
우렁껍질
수레바퀴로 끼는 살얼음
바닥에 지는 햇무리의
下棺
線上에서 운다
첫 기러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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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선생의 책을 읽다 책 속에서 호명된
박용래시인의 시집을 중고로 급히 구했다.
잠깐 사이에 다 읽었다.
詩는 모두 짧다. 행도, 연도.
최대한 절제된 시어. 박용래 詩의 전형이라 한다.
평생 100여편의 시밖에 세상에 내놓지 않은 건 아직 더 짧게 만들지 못했던 탓인 지도 모른다.
같은 날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집도 다시 읽기를 마쳤다. 삼십 분 간격으로. 만만찮게 짧은 詩를 쓰는 시인이다. 하지만 맑고 깊다.
두 시인의 짧은 詩는 모두 맑은 울림이다.
말을 줄이고 침묵을 늘리라는 명령이 최근 자주 들린다. 누가 하는 명령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따라야 할 것 같다.
내일은 하이쿠를 한 권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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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 라이너 쿤체
땅이 네 얼굴에다 검버섯들을 찍어 주었다
잊지 말라고
네가 그의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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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묘
싸리울 밖 지는 해가 올올이 풀리고 있다
보리 바심 끝마당
허드레꾼이 모여
허드렛불을 지르고 있다
푸슷푸슷 튀는 연기 속에
지는 해가 이중으로 풀리고 있었다
허드레,
허드레로 우는 뻐꾸기 소리
징 소리
도리깨 꼭지에 지는 해가 또 하나 올올이 풀리고 있다
- 박용래 민음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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