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소문

취몽인 2020. 11. 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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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쇠 깎는 소리를 낸다는
시인의 시집을 옆구리에 차고
남쪽 여행을 다녀왔다

밤늦도록
무뚝뚝한 술을 마시고
겨우 일어난 아침에 누가 말했다

하나 남은 깃발마저 치워버릴 수 없어
허물을 감추고 있다고

돌아오는 길
다시 펼친 시집에는 금이 가 있었다
이틀 사이에
시는 붉게 녹슬고 말았다

함성 뒤에 감춰진 비명이 들렸다
더 이상 철판을 깎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마저 읽었다
시는 시니까

쇳조각 하나 툭 떨어졌다

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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