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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수문
이 모든 너의
슬픔 너머에, 없다
두 번째 하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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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천 마디 말이었던
입 하나를 스치며
잃어버렸다 --
잃어버렸다 내가, 내게 남아 있었던
말 하나를,
누이를.
많은 신들을 믿다가
말 하나를 잃어버렸다
나를 찾던 말을,
카디시.
운하 수문으로
나는 통과시켜야만 했다,
그 말을, 다시 소금물로 되돌려 --
저 바깥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건져 내기 위하여.
이스코르.
-파울 첼란 민음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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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파울첼란과 월터 휘트먼의 시를 하루에 한 두 편씩 읽었다. 너무도 다른 두 시인의 시들이 만드는 거리는 뒤에 읽는 시를 읽기 힘들게 했다.
절망의 시간을 지나며 문장을 잃은 언어, 분절된 언어만으로 떠듬떠듬 고통을 전하는 파울첼란. 도무지 시답지 않은 형식으로 친절하고 길게 경이와 희망, 초월을 노래하는 휘트먼. 너무나 다른 두 시들.
말을 잃은 시인이 더듬으며 하는 말로 된 詩들.
꼭 말해져야 되는 것은 아니다. 차마 말하지 못해 마음을 삼키는 소리만으로도 詩는 이루어진다.
그런 詩를 읽으면 가슴이 답답하지만 말 하지 않는 목소리가 울려 아프다. 첼란은 말하지 못해 詩를 쓰는 시대의 무덤 같은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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