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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菊을 두고
향기는 어항처럼 번지네
나는 노란 소국을 窓에 올려놓고
한 마리 두 마리 바람물고기가
향기를 물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네
향기는 어항처럼 번지네
나는 더 가늘게 눈을 뜨고
손을 감추고 물고기처럼 누워
어항 속에서 바람과 놀았네
훌훌 옷을 벗어
나흘을 놀고
남도 나도 알아볼 수 없는
바람물고기가 되었네
- 문태준 .<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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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장석남 등의 시집은 내겐 휴식이다.
어려운 시집 한 권을 읽느라 지친 날이면 이들 시인의 시집을 천천히 몇 번이고 읽는다. 꼬인 언어에 비틀어진 마음이 다시 펴지는 느낌이다. 힘든 일을 하고 난 뒤 잔잔한 바람 지나는 평상에 누워있는 기분이랄까.
이런 詩만 읽으며 살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읽어내기 힘든 詩를 읽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공부 때문이다. 詩를 읽는 힘을 키우면 더 많은 시인들의 詩가 문태준이나 장석남의 詩처럼 내게 편안함을 주겠거니 생각한다. 아닐 수도 있다. 아마 아닐 것이다. 그래도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이다. 내게 어려운 시인들도 분명 좋은 詩를 쓰고 있으니 내 눈이 좀 더 열리면 진면목을 만나겠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언제든지 힘들면 돌아가서 펼쳐볼 평상이 있다는 사실이.. 바람 설렁 불어 마음을 위로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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