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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처럼
한 알로 떨어진 돌 틈에
가을 겨울 끼워넣기
지나는 이들 웃음소리와 발걸음에
심장을 품고
흰 눈 속에서 서늘함의 향기 배우기
시선 한 줄기 없는 길가에
덮치는 봄
비집고 나오는 연두빛 위로
터지는 반가운 숨결에 감사하기
숨구멍마다 꽂히는 빛화살
초록빛 흔들림과 탱탱한 생애 한 줄 걸어
되쏘아보내는
풀처럼
여름풀처럼 살기
- 지영희 . 북인시인선 1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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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주문했는데 따라온 시집.
동해안에 사는 시인은 오래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셨나보다. 20년만에 두번째 시집을 내신 모양이다.
시는 모두 따뜻하다.
누군가의 아내, 딸, 친구, 엄마, 선생님의 목소리들이편안하다. 너무 편안하니 혹자는 문학성이 부족하다 할 수도 있겠다. 문학성 좀 부족하면 어떤가. 시인과 독자가 이로 행복하면 장땡이지.
그나저나 시집이 덤으로 배달되는 세상은 좀 서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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