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취몽인 2021. 2. 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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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밤새(?) 오래된 꿈을 꾸었습니다.

제대로된 광고쟁이를 그만둔 지 10년도 더 됐는데 무슨 건설회사 아파트 분양광고 경쟁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밤새 했습니다.
삼백 페이지 광고 기획서를 썼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따라서 전전긍긍 했습니다.
그 옛날 후배 하나 곁에서 덩달아 불안했습니다.
새벽녘에야 어찌어찌 마무리를 한 것 같은데(꿈속에서..ㅎㅎ) 그래도 불안했습니다.

그 시절 그랬습니다. 늘 마지막까지 초조하다 똥싼 바지 끌어올리듯 덮었습니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자책했지만 더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거리만큼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세월 많이 지나도 마음은 불만이 많은가 봅니다. 한 반 년에 한번씩 이런 꿈을 꿉니다. 내 반 평생을 의탁했던 광고.
그 모질고 모자랐던 시간들이 불쑥불쑥 꿈속에서 채근을 합니다.

그때 왜 그랬니?

이제는 시시껄렁하게 살 준비가 왠만큼 됐다 싶었는데 짧은 역사는 불만이 여전한가 봅니다.

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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