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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의 행복
시간이 많으니 하는 일은 역시 책 읽기가 제일 많다. 손 닿는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책을 두고 하루에 많게는 열 권 정도의 책을 찔끔찔끔 읽는다. 나름 계획을 세워 시간표에 따라 읽지만 별 의미 없다 싶으면 한 권을 집중적으로 읽기도 한다.
짬뽕식(?) 책 읽기는 가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가령 최승자의 처절한 시를 읽고 바로 문태준의 시를 읽으면 문태준의 잔잔한 삽작에 죽음의 기운이 기웃거리는 걸 느낀다. 시집 두 권의 기운이 뒤섞이는 탓이다. 파울첼란을 읽다 휘트먼을 읽어도 그렇다. 그래서 가능하면 시집은 바로 이어서 읽지 않으려 한다.
성경, 외국시, 한국시, 단편소설, 시론, 공정 경제, 신화, 사회 폭력, 슬로우라이프, 기타 관심사, 먹고 사는데 필요한 책, 그리고 좀 집중해서 공부하는 '나쁜 藥' 따위가 요즘 짬뽕 독서의 식재료들이다. 뒤죽박죽 재료들이라 들이는 시간에 비해 남는 특별한 영양가는 없다. 그저 한입 한입 맛이나 조금씩 느낄뿐.
그래도 생각한다. 책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아직도 읽고싶은 책이 많고 다행히 시간이 있어 부지런히 욕심을 채울 수 있으니 복이라고. 어느 노시인의 말처럼 책을 읽어 더 얻을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이만하면 됐다. 이제는 알고자 하는 것을 버리려 책을 읽는다는 마음을 얻을 때가 오리라 믿는다.
오늘 저녁은 페친이 쓴 '리얼리스트 김수영'을 죽 읽고 있다. 잇몸이 아픈탓에 약 먹고 낮잠을 푹 잤으니 아마 쉬 잠들지 못할 밤이 될 터. 내쳐 끝까지 읽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법석인데 혼자 쳐박혀 책이나 읽고 있는게 면구하기도 하다. 허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절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는 내 몫의 행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책과 가족밖에 없다. 큰 다행이라 생각한다.
210130
#내 몫의 행복
시간이 많으니 하는 일은 역시 책 읽기가 제일 많다. 손 닿는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책을 두고 하루에 많게는 열 권 정도의 책을 찔끔찔끔 읽는다. 나름 계획을 세워 시간표에 따라 읽지만 별 의미 없다 싶으면 한 권을 집중적으로 읽기도 한다.
짬뽕식(?) 책 읽기는 가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가령 최승자의 처절한 시를 읽고 바로 문태준의 시를 읽으면 문태준의 잔잔한 삽작에 죽음의 기운이 기웃거리는 걸 느낀다. 시집 두 권의 기운이 뒤섞이는 탓이다. 파울첼란을 읽다 휘트먼을 읽어도 그렇다. 그래서 가능하면 시집은 바로 이어서 읽지 않으려 한다.
성경, 외국시, 한국시, 단편소설, 시론, 공정 경제, 신화, 사회 폭력, 슬로우라이프, 기타 관심사, 먹고 사는데 필요한 책, 그리고 좀 집중해서 공부하는 '나쁜 藥' 따위가 요즘 짬뽕 독서의 식재료들이다. 뒤죽박죽 재료들이라 들이는 시간에 비해 남는 특별한 영양가는 없다. 그저 한입 한입 맛이나 조금씩 느낄뿐.
그래도 생각한다. 책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아직도 읽고싶은 책이 많고 다행히 시간이 있어 부지런히 욕심을 채울 수 있으니 복이라고. 어느 노시인의 말처럼 책을 읽어 더 얻을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이만하면 됐다. 이제는 알고자 하는 것을 버리려 책을 읽는다는 마음을 얻을 때가 오리라 믿는다.
오늘 저녁은 페친이 쓴 '리얼리스트 김수영'을 죽 읽고 있다. 잇몸이 아픈탓에 약 먹고 낮잠을 푹 잤으니 아마 쉬 잠들지 못할 밤이 될 터. 내쳐 끝까지 읽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법석인데 혼자 쳐박혀 책이나 읽고 있는게 면구하기도 하다. 허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절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는 내 몫의 행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책과 가족밖에 없다. 큰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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