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썩지 않은 뿌리

취몽인 2021. 2. 1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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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지 않는 뿌리

1980년. 고 3 시절. 한 학년 900명이 다닌 학교엔 권력이 몇 있었다.

1. 전교 20등 이상의 우등생
2. 야구부, 테니스부, 펜싱부 등 운동부 녀석들
3. 대체로 800등 이하에 속했던, 노는 녀석들

1번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학교가 지켜줬다. 2번도 건드리지 못했다. 3번과 상당 부분 중첩됐다. 3번은 나머지 그룹 위에 군림했다.

1번은 주로 판사 검사 의사가 됐고 2번 중 몇은 프로나 국대가 됐다. 3번은 나머지와 함께 중구난방이 됐다. 부자도 됐고 찌질이도 됐다.

요즘 세상에 소란을 일으키는 놈들은 다 1, 2번들이다. 소위 엘리트들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특별 대우를 받던 놈들. 그놈들 중 상당수는 자기들 외의 사람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기득권 기성세대였다. 그 폐해를 그 당시처럼 살아남은 나머지들이 감당하고 있다.

더 답답한 노릇은 그놈들은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나 자유 같은 소중한 가치 위에 군림하면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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