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금속성 벌레

취몽인 2021. 2.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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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성 벌레


집안에
볼트가 출몰한다

쌀통 안에
소파 밑에
강아지 꼬리 옆에
어디선가 풀려난 볼트가 있다

25도쯤
꺽은 머리를 바닥에 기대고
몰래 어디론가 가다
딱 멈춘 볼트

화분으로 기어오르려 했는지
잔뜩 웅크린 놈도 있다

하얗게 반짝이며
등 돌린 볼트
돌아서면
또르르 사라지기도 하는 볼트

묵묵한 것들의 가슴에 박혀
어쩔 수 없던 심정을 조이던 것들이
왜 손을 놓아버렸을까

외출했다 돌아온 밤
불을 켜면
반짝이며 돌아가는 볼트들
돌아가며 박히는 소리

마디는 다시 체결되고
관절이 당겨지는 모서리 소리
제 자리를 찾았을까

곧 또
내 눈을 피해
풀고나와 서성일 볼트들
짧고 단단하고 빛나는 기억들

아무리 봐도
너트는 하나도 없는데

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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