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어쩔 수 없이

취몽인 2021. 2. 19. 18:23
.
어쩔 수 없이


서러운 날이 있다

당신 때문이라는 말처럼
그깟 자존심 같은 것들처럼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어
입 다물고 지내는 오전이 있다

뒷목이 아프고
눈가가 떨리는
속수무책의 오후가 있다

누군가 오기로 했지만
부디 돌아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저녁이 있다


내가 잘못했다는 말처럼
이제 그만 하자는 뒷 모습처럼

어서 해가 지고
나 말고도 모든 것이
귀 막히는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눈 감은 나를 바라보다
한숨 짓는 순간들이 하나 둘 떠나는

서러운 날이 있다

210123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데없는 계산  (0) 2021.02.21
끄트머리  (0) 2021.02.20
웃기는 일  (0) 2021.02.17
금속성 벌레  (0) 2021.02.14
觀聽폭포  (0) 202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