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끄트머리

취몽인 2021. 2.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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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트머리


늘 경계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성서와 내당동이 이어지는 반고개에서

취직해서는
신장과 천호동이 만나는 고덕 귀퉁이
사당과 과천이 만나는 남태령 언저리에서

번질 듯 말 듯 살았다

지금은
안양과 신림이 이어지는
관악산 서쪽 끝자락 비탈에 살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망해
잠깐 대책없이 튕겨져 나간 적도 있었지만
쫄쫄 굶으며 돌아왔다

삼십 몇 년
끝을 말며 버텨온 서울살이

원심력은
지금도 나를 밖으로 밀고
솔직히 나도 거부하고 싶지 않은데
몸 가벼운 오목눈이처럼 튕겨 날아가고 싶은데

다 큰 딸들만 통통 튕겨져 나가고
나는 오래 경계를 따라 점선으로 박음질 됐다

넘지 못하는 담벼락에는
한 사람의 자존심이 대못에 박혀있다

도무지
녹슬지 않는 끄트머리
안으로 한발짝


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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