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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계산
늙은 시인의 시를 읽다가 문득
어떤 거리를 생각해본다
발목 아프고 나선 한 번 나서 백 걸음이 버거운 처지
이래저래 하루 삼백 미터나 겨우 걷는다 치면
남은 세월 내 발로 걸어갈 길
편도 삼백 킬로 대구 세 번 오갈 거리쯤 되겠다
어느 친구는 마라톤 사십 킬로를 뛰기 위해
한 달 동안 삼백 킬로를 뛴다는데
그걸 벌써 열댓 번 했다는데
걸어서 아버지 산소 세 번 겨우 오갈 수 있는 여분이라니
그나마 발목 더 가물면 더 줄테니
어쩌면 한 번 왕복 정도만 남았을 수도
세상살이 내 걸음만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동력을 상실한 동체의 한계는 어쩔수 없이 서글프다
천천히 내려가야할까?
남은 걸음이 부족하면 거리를 좁힐 수 밖에 없는 법인데
가까이 가야할까? 그런데 어디로?
이런, 걸음만 없는게 아니라 걸을 길도 없구나
그럼 갈 일도 없으니
발목 타령은 이제 그만 그쳐야 하나?
200607
쓸데없는 계산
늙은 시인의 시를 읽다가 문득
어떤 거리를 생각해본다
발목 아프고 나선 한 번 나서 백 걸음이 버거운 처지
이래저래 하루 삼백 미터나 겨우 걷는다 치면
남은 세월 내 발로 걸어갈 길
편도 삼백 킬로 대구 세 번 오갈 거리쯤 되겠다
어느 친구는 마라톤 사십 킬로를 뛰기 위해
한 달 동안 삼백 킬로를 뛴다는데
그걸 벌써 열댓 번 했다는데
걸어서 아버지 산소 세 번 겨우 오갈 수 있는 여분이라니
그나마 발목 더 가물면 더 줄테니
어쩌면 한 번 왕복 정도만 남았을 수도
세상살이 내 걸음만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동력을 상실한 동체의 한계는 어쩔수 없이 서글프다
천천히 내려가야할까?
남은 걸음이 부족하면 거리를 좁힐 수 밖에 없는 법인데
가까이 가야할까? 그런데 어디로?
이런, 걸음만 없는게 아니라 걸을 길도 없구나
그럼 갈 일도 없으니
발목 타령은 이제 그만 그쳐야 하나?
20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