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겨우내 갇혀 있기도 했고, 마침 처리할 일도 있어 내일 남쪽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올라오는 봄들 거슬러가서 비린 것들에 소주도 한 잔 하고 남해바다 아침에 잠깨고 돌아올 요량이다.
예전 같으면 차 몰고 혼자 흥얼흥얼 다녀왔을테지만 친구와 같이 가기로 했다. 자주 떠나지도 못하지만 어쩌다 가는 여행도 이젠 혼자가 좀 버겁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를 꼽아보면, 제일 먼저 혼술이 편치 않다. 빈 포구 선술집이면 모르겠는데 왁자한 다찌집 귀퉁이에 한상 걸지게 차려놓고 혼자 찌그러져 있는 모습은 어찌 좀 한심할 듯. 현지 친구를 만날 수도 있지만 멀리서 온 사람이라 대접하려는 마음이 번거롭다. 대접 받으러 가는 여행은 별로다. 내 마음이 주인이고 싶은데 예의는 제가 주인 노릇하기 십상이다. 두번째는 혼자 자는 밤이다. 캄캄한 밤 바다를 술취해 바라보는 일은 너무 슬프다. 마저 취해 잠들어야 하고 함께 할 객기가 있으면 좋다. 마지막은 돌아오는 길이다. 숙취의 노곤한 삭신으로 너댓 시간 혼자 운전은 힘들고 위험하다.
이런 것들을 따지는 것부터 늙다리를 인증하는 일임을 안다. 어쩌랴. 낭만도 늙었고 육신도 늙었으되 바다와 소주와 친구는 아직 좋으니 타협하는 수밖에.
사는 꼬락서니가 충분히 쓸쓸하니 쓸쓸함 한 줌 데리고 다니는 여행은 이제 너무 쓸쓸하다. 따라서 더불어 쓸쓸한 쓸쓸함 하나 곁에 끼고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쓸쓸한 詩도 그동안 원없이 써봤으니..
어쨌든 400킬로 봄 속을 관통해 내려가며 조금씩 짙어지는 꽃빛들 흠씬 보고, 남해바다 젖은 섬들도 보고 마음 씻고 오련다.
그 다음은 집안 정리하고 먹고 살 준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에헤라~ 봄이로구나.
여행
겨우내 갇혀 있기도 했고, 마침 처리할 일도 있어 내일 남쪽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올라오는 봄들 거슬러가서 비린 것들에 소주도 한 잔 하고 남해바다 아침에 잠깨고 돌아올 요량이다.
예전 같으면 차 몰고 혼자 흥얼흥얼 다녀왔을테지만 친구와 같이 가기로 했다. 자주 떠나지도 못하지만 어쩌다 가는 여행도 이젠 혼자가 좀 버겁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를 꼽아보면, 제일 먼저 혼술이 편치 않다. 빈 포구 선술집이면 모르겠는데 왁자한 다찌집 귀퉁이에 한상 걸지게 차려놓고 혼자 찌그러져 있는 모습은 어찌 좀 한심할 듯. 현지 친구를 만날 수도 있지만 멀리서 온 사람이라 대접하려는 마음이 번거롭다. 대접 받으러 가는 여행은 별로다. 내 마음이 주인이고 싶은데 예의는 제가 주인 노릇하기 십상이다. 두번째는 혼자 자는 밤이다. 캄캄한 밤 바다를 술취해 바라보는 일은 너무 슬프다. 마저 취해 잠들어야 하고 함께 할 객기가 있으면 좋다. 마지막은 돌아오는 길이다. 숙취의 노곤한 삭신으로 너댓 시간 혼자 운전은 힘들고 위험하다.
이런 것들을 따지는 것부터 늙다리를 인증하는 일임을 안다. 어쩌랴. 낭만도 늙었고 육신도 늙었으되 바다와 소주와 친구는 아직 좋으니 타협하는 수밖에.
사는 꼬락서니가 충분히 쓸쓸하니 쓸쓸함 한 줌 데리고 다니는 여행은 이제 너무 쓸쓸하다. 따라서 더불어 쓸쓸한 쓸쓸함 하나 곁에 끼고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쓸쓸한 詩도 그동안 원없이 써봤으니..
어쨌든 400킬로 봄 속을 관통해 내려가며 조금씩 짙어지는 꽃빛들 흠씬 보고, 남해바다 젖은 섬들도 보고 마음 씻고 오련다.
그 다음은 집안 정리하고 먹고 살 준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에헤라~ 봄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