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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
서재를 꾸미면서 적지 않은 책들을 버렸지만 내 서가에는 여전히 오래된 책들이 제법 많이 꽂혀있다. 서머셋모음의 이 단편집도 오래된 보잘것 없는 책 중 하나다. 1997년 청목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문고판이다.활판인쇄본으로 글씨도 작고 무엇보다 언제 내 손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내 손을 떠났는지 종이는 누렇게 바랬고 위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거무티티하다.
작년 말부터 단편소설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시와 인문서에 편중된 독서로 서사에 대한 감각이나 감동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책장을 뒤져 레이먼드커버 같은 비교적 최근 작가들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재미가 새삼 쏠쏠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책을 읽는다.
이 책, 서머셋모음의 단편집도 그 중 하나다. 대충 1920년 경에 쓰여진 소설들이다. 100년전이다. 여행을 좋아한 작가의 체험들과 픽션이 어우러진 그 시절 삶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단편이라기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작품들이다. 한 번 들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서머셋 모음의 이야기 솜씨와 식견이 탁월하다.
100년전에 쓰여진 소설을 25년전에 작은 문고판으로 다시 묶은 책을 현재에 읽는 일. 나쁘지 않다. 좋은 장정에 읽기 편한 편집, 그리고 더 좋아졌을 번역으로 된 새 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굳이 서점을 뒤져 서머셋 모음의 책을 샀을리는 만무하다. 젊은 시절 읽고 버리지 않고 무심히 꽂아뒀기에 지금 다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오래된 책을 버리지 않는 내 미련에 대한 변호가 되지 않을까?
지금 내가 가진 책들을 다시 한 번 다 읽으려면 내 수명이 모자랄 지 모른다. 각자 그 시절마다 나를 한뼘씩 자라게 해준 오래된 책들. 마음 닿는 대로 부지런히 다시 읽을 요량이다. 읽고 싶은 새 책은 그 나름대로 사서 읽으면 될 일.
정가 3,000원 짜리 곰팡내 나는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나름의 내 역사를 뒤적이는 일의 즐거움. 이걸 어찌 버리겠는가? 그런데 다시 읽고나면? 또 꽂아둬야하나? 이번엔 버려야하나? 일단 다시 꽂아두고 나중에 생각하기로..
오래된 책
서재를 꾸미면서 적지 않은 책들을 버렸지만 내 서가에는 여전히 오래된 책들이 제법 많이 꽂혀있다. 서머셋모음의 이 단편집도 오래된 보잘것 없는 책 중 하나다. 1997년 청목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문고판이다.활판인쇄본으로 글씨도 작고 무엇보다 언제 내 손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내 손을 떠났는지 종이는 누렇게 바랬고 위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거무티티하다.
작년 말부터 단편소설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시와 인문서에 편중된 독서로 서사에 대한 감각이나 감동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책장을 뒤져 레이먼드커버 같은 비교적 최근 작가들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재미가 새삼 쏠쏠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책을 읽는다.
이 책, 서머셋모음의 단편집도 그 중 하나다. 대충 1920년 경에 쓰여진 소설들이다. 100년전이다. 여행을 좋아한 작가의 체험들과 픽션이 어우러진 그 시절 삶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단편이라기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작품들이다. 한 번 들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서머셋 모음의 이야기 솜씨와 식견이 탁월하다.
100년전에 쓰여진 소설을 25년전에 작은 문고판으로 다시 묶은 책을 현재에 읽는 일. 나쁘지 않다. 좋은 장정에 읽기 편한 편집, 그리고 더 좋아졌을 번역으로 된 새 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굳이 서점을 뒤져 서머셋 모음의 책을 샀을리는 만무하다. 젊은 시절 읽고 버리지 않고 무심히 꽂아뒀기에 지금 다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오래된 책을 버리지 않는 내 미련에 대한 변호가 되지 않을까?
지금 내가 가진 책들을 다시 한 번 다 읽으려면 내 수명이 모자랄 지 모른다. 각자 그 시절마다 나를 한뼘씩 자라게 해준 오래된 책들. 마음 닿는 대로 부지런히 다시 읽을 요량이다. 읽고 싶은 새 책은 그 나름대로 사서 읽으면 될 일.
정가 3,000원 짜리 곰팡내 나는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나름의 내 역사를 뒤적이는 일의 즐거움. 이걸 어찌 버리겠는가? 그런데 다시 읽고나면? 또 꽂아둬야하나? 이번엔 버려야하나? 일단 다시 꽂아두고 나중에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