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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메타세콰이어를 보는 일은 늘 상쾌하다.
일렬로 장대하게 늘어선 숲이나 가로를 볼 때도 좋지만 오늘처럼 어느 동네 어귀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호위하듯 서있는 한 그루를 보는 일도 즐겁다.
겨우 무릎께에 얼쩡대는 단풍나무를 지나 하늘로 치솟은 메타세콰이어. 높이를 버티기 위해 밑동의 몸피는 한껏 부풀어 밀려난 껍질이 새의 깃털처럼 덮혔다.
조금 전에 읽은 메리올리버의 글처럼, 나무는 오늘도 이 자리에 서서 가지를 하늘로 뻗고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슬쩍 미소짓기도 할 것이며 혹시라도 이 키 작은 남자가 재잘거리고 노는 아이들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하늘이 잔뜩 흐리니 곧 비가 오겠군. 미리 물관을 열어 목마른 우듬지들에게 끌어올려줘야지 하며 살짝 설렐지도.
사는 게 온통 예민한 날에 아픈 강아지를 병원에 맡기고 메타세콰이어 곁에 세워둔 차에 앉아 메리올리버의 에세이를 읽는 일은 작은 다행이다. 마음 끝이 조금 무뎌지는 걸 키 큰 나무가 보고 웃는다.
오늘도 당신 그 자리에 잘 있지 않소.
하면서
2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