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그림과 詩

취몽인 2021. 5. 1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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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

그림도 詩처럼 누구한테 배워본 적은 없다. 그래도 둘다 오래된 취미다. 대략 중학시절부터 그림도 글도 끄적거리기 시작한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엔 미술부 문예부를 동시에 나갔다. 그걸로 인생을 살았음 좋겠다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나. 현실은 어림도 없었으므로 그저 취미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은 상대를 갔고 바로 취직이 됐다. 내 보직은 광고과. 어설프나마 그림과 글과 친한게 회사일에 도움이 됐다. 어설퍼도 감각이란게 있었으니까. 그 후론 쭉 광고밥을 먹고 살았다.

詩는 책을 꾸준히 읽는 습관 때문에 오래 곁에 있었지만 그림은 쉽게 다시 시작하기 힘들었다. 십년에 한번 정도 어쩌다 그린 정도.

최근에 오래 써온 詩가 자꾸 한심하단 생각이 들어 손을 놓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어림없는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고 있다. 생각은 멀쩡한데 손이 옛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詩처럼 덕지덕지 색만 입힌다. 그래도 그림을 그릴 땐 즐겁다. 詩가 다소 고통스러운 반면 그림은 좀 다르다. 기억해보면 어린 시절에도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즐거웠던 것 같다. 머리를 쥐어 짤 필요 없이 그저 하얀 종이에 색과 선을 채워가는 일이 좋았다.

詩 공부를 하면서 글자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 훌륭한 시인들이 이미 많지만 나 혼자만의 적은 말로 詩를 그리고 싶었다. 쉽지 않은 일이고 그 마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래도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자니 詩에 연민이 돋는다.

내 오랜 취미생활 둘은 서로를 사랑하나 보다. 좋은 일이다.

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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