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비빔국수

취몽인 2021. 4. 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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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국수


움직이지 않는 내 다리가 내심 아쉬워
아내는 자꾸 움직이라 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줄 알면서
그래도 움직여 보라 말 하는 아내에게
움직이지 못하는 울화를 쏟았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게 내 탓이냐
움직이도록 하는 게 바램 아니냐
아내는 화를 내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거듭
움직이라 말하는 건 폭력이다
나도 화를 냈습니다
모처럼 집에 왔던 딸들
영문도 모르고 얼떨떨하게 다 제 집으로 가고
조는 강아지 사이에 두고
서로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속 모르는 사람, 각자 속으로 그랬습니다
뚝딱뚝딱 참기름 냄새 나더니
비빔국수 두 그릇  상에 놓였습니다
아내는 검은 고명처럼 암 말 없고
저는 옆으로 설설 기어
딸이 숨겨 놓은 소주를 더듬었습니다
국수 가닥 깊이
잘 버무려진 묵은 김치를 찾아
한 잔에 한 점 목 따갑게 삼킵니다
아내와 나
참 긴 오해의 가닥들
탱탱하게 꼬인 것들에 취하는 시간입니다
모든게 시원찮은 영혼 탓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우리 마누라
국수 맛은 좋습니다

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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