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뽑는 사내
길가 은행나무 아래
나무껍질 같은 늙은이 하나
쪼그려 풀을 뽑는다
호미도 없이
마른 손으로 풀과 싸운다
땅에서 막 뽑혀나온 것 같은 발목 곁에는
쓰러진 풀 몇 포기 메마르다
격자의 보도 블록은 온통 시멘트
흙이라곤 가로수 밑 한뼘이 전부인데
거기라도 비집고 살겠다는데
늙은 사내는 사정이 없다
손톱 끝 디밀어 뿌리까지 뽑는다
붉은 맨흙 다 드러날 때까지
무엇이 저 생에게
반듯함을 강요했을까
끼니를 지켜야했던 고향의 습관일까
각 잡아 담요를 개던 군막의 기억일까
아니면 저도 모르는 사이
기어 오르는 것들은 처단하라 각인된
윗자리들 서슬일까
아랫도리 말갛게 드러난 은행나무를 딛고
사내는 구부정하게 사라지고
숨어있던 쑥부쟁이 한 톨 그새 솟을 궁리를 하고
은행나무는 하릴없이 쓸쓸하고
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