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집들이

취몽인 2021. 9. 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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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살면서
내 딸의 집들이를 할 줄은 몰랐다.

할 수 있는 일,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참치회에 싱글몰트 위스키.
입이 호사를 하고
한참 웃다 돌아왔는데.

자리에 누워 생각하니
꿈결 같다.

꼬마가 자라 어른이 되고
제 집을 꾸려 부모를 부르는 일,

세월의 강에 실려 떠내려 가는 동안
아이는 제 여울을 만들었구나.

멀지 않은 곳,
하구를 자주 바라보지만

등뒤에 흐르는 세찬 물줄기 소리가
실감은 나지 않으니

한 사람 삶의 행복이란건
이렇게 두물이 스치는 언저리에
살짝살짝 이는 파도 같은 것.

막 강으로 나서는
푸른 시내에 발을 적시고 오니

실감이라는 말
그 깊은 자국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네


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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