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한바퀴

취몽인 2021. 9. 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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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하나는
제 생과 짝을 맺고
또 하나는
제 거울과 짝을 맺는다

어머니는 맞춤하게 떠나셨고
아버지도
사십년만에 기다리던 햇빛 쬐고
뼈 섞어 바다로 가셨다

한 십 년
먹고 살 일 만들었으니
쉬엄 쉬엄
늙어가도 괜찮으리

뜻 없는 한바퀴지만
세상이 그렇다 하니
이제 그만
뒤를 걷고 남은 복이나 세어볼거나

남은 것 둘
미련한 詩를 묶고
미안한 아내
등이나 살뜰히 긁어줄 일

한 갑자 두께보다 가볍지 않지만
쉬 죽진 않을테니
어찌어찌 애쓰다보면
될 수도 있는 일


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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