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구월

취몽인 2021. 10. 1. 12:13
.
구월


좀 더
잘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자주 생각하는
구월이 왔다

*

내 아버지와
나와 내 동생의 계절

한 사람은 떠나고
둘이 나란히 그 뒤를 따르는 계절

*

새벽이 서늘하다
발목이 가벼워진다

*
바이러스와 타협했다
몸이 불편해 한다

*

아침 여섯시반에
집을 나서며

'다녀올게' 한 이후

다섯 시간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

*

추석이 지나고
추분이 지나고
어머니 떠난 날 왔다.

내 슬픔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모조리 미안함이다.

*

그때
내가
'살아있기가 참 힘들다' 말했을 때
너는 깜짝 놀랐다.

네 속의 말을 들은 것이니?

*

구월은
어제 떠났다.


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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