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습작

몽당연필

취몽인 2022. 4. 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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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사는게 유난히 힘들 때나
저 앞에 일렁이는
죽음이 괜스레 기웃거릴 때는
하늘을 봅니다.
언제부터 그랬는 지는 묘연합니다.
하늘도 훤한 대낮은 그렇고
별 한 점 없는 밤하늘이 적당합니다.
가늠할 수 없는 허공
지금도 넓어지고 있다는 저 궁륭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무한 미분합니다.
모자란 생활비나 정의 같은 것들
먼지보다 작은 내 속
있지도 않은 것이 됩니다.

마음 속에는
어릴적 몽당연필 하나 있습니다.
검지 손가락만한 길이
뾰족한 검은 심처럼 나는 느닷없이 왔고
뭉게진 지우개끝처럼 또 갈 것입니다.
짧은 주제에 더 닳고 있으니
인생은 딱 그만큼입니다.

무한광대 침묵의 하늘을 보고
가슴속 몽당연필 남은 길이 가늠해보면

사는 일 요절복통은 어디가고 없습니다.

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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