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습작

삼월

취몽인 2022. 4. 1. 08:43
.
삼월

*
봄은
오래 거부해온 病과 함께
필요했던 휴식과 함께
강제로 온다.

*

아내의 코로나가
천천히 떠나간다.

절연을 잇기 위해 사과를 보냈다.
고맙다는 말이 돌아왔다.

*

그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존중하기로 한다.

내가 맞지만
그들도 맞다

*

새벽 세시에 깼다.
목마름이 아니라
어떤 불안이 나를 깨웠다.
지고 있었고
슬픈 잠을 다시 잘 수밖에 없었다.

종일
숙취 핑계를 대고 고개를 주억댔다.

*

곧 죽을 목숨이 곁에 있다.
종일 지금 죽여버릴까 생각한다.

*

월 이백여 만원을 지불하고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고도 부족해서
매주 시립도서관을 다니기로 한다.

*

시간은
앞쪽이 뾰족하기도 하고
뒷쪽이 뾰족하기도 한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시간 밖에 있을 수밖에 없다.
불안하게.

*

온다는 비 안 온다

생계의 마디가 굳어
시간이 뚝뚝 끊어진다

*

삼월 하순에 눈 내렸는데
시름시름 아프다.

근 한 달,
나는 무엇을 앓고 있는가?

*

다 잃어도 나쁘지 않다.
잃을 것이 남아있었다는 것이니까.

그러니 마음아
편히 놀아라.

*

화를 내며 반성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또 게으름인가?

*

전화 두 통.
친구와 점심.

잘 산 하루라 말할 수 있나?

*

종아리에 바람이 차다.

삼월은 끈질기고
시집은 오지 않는다.

아무것이나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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