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습작

보이차를 마시며

취몽인 2022. 4. 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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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마시며


두번째 우려낸 보이차를 마시며
그를 생각한다.

아침에 우린 보이차 한 주전자를
종일 마신다는 그.

코끝에 어리는 향과 혀에 닿는 느낌
그리고 따뜻한 기운이 좋다는 그.

어제 그와 절연했다.

같은 보이차를 마시지만
나는 맛을 잘 모른다 했고 그는 잘 안다 했다.

그는 나를 더 잘 아는 듯하고
스스로의 웃음은 우아하다 말했다.

나는 나를 잘 모르고
그의 웃음은 불편하다.

그는 자신의 표현이 잘못된 것처럼 말했으나
여전히 내 잘못을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선을 넘지말라는 그에게
주저하지 말고 넘으라 말했다.

사실 난 보이차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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