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습작

사월

취몽인 2022. 5. 1. 15:42
.
사월

*

사월이다.

아마도
아직 만나지 못한 코로나
굳이 만날 것 같은

사월이다.

*

운동을 시작했다.

쉬 죽진 않을 것 같아서.
그 날을 향해 걸어가기 위해서
야쿠시마 여행을 위해서

열심히 할것이다.

*

시간만 정한 약속에
장소가 없다.

어디로 가야하는가?

*

지금 詩를 생각하지만
멀지 않은 시절에
神 생각으로 바뀔줄 안다.

詩는 결국 神에 닿을 것이다.

*

혹시
누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매일

역시
아무도 오지 않는 매일

*

어깨가 아프다.
짊어지지 않아도 될 것들을
돈 주고 짊어진 탓이다.

건강도 아파야 오는가?

*

아직 까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평생에 처음 있는 일.
잊지마라.
너는 아직 까먹을 수 있다.

*

금방 마음이 편해졌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이는
결국 나다.
아니다. 돈이다.

*

이 어지러움은 무엇인가?

눈앞과 뱃속이 모두 조금씩 흔들리는,
이 分散은 무엇인가?

*

시집,
좀 지겹다. 빨리 끝내자.
헐거운 매듭같은 노릇이여

*

희망 같은 것
현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것

*

아이들이 물에 빠져 죽은 날
이번 달 본전 장사를 마쳤다.

의무적인 애도는
스스로에 대한 면죄부

삶을 이길 수있는 것은 없다.

*

우리집 강아지는 암컷이다.
개좆같다는 말
나는 잘 모른다.

*

일요일 오전에
쫄쫄 굶고 술을 마신다.
꼬냑에 맥주에
안주를 생각해본다. 없다.
지랄맞은 마음이 세상 모든 술의 안주다.

*
어김없이 한 달에 한 번
패악을 부린다.
내 속의 내가 발광을 하는 것을 보는 일
그 친구는 안쓰럽고 한심하다.
다음 날이면
어쩔줄 몰라하는 몸과 마음으로
앓아눕는 그 친구.

*

시집이 왔다.
삶의 한 매듭을 지은 것 같다.
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옛 사람에게 시집을 보낸다.
그가 시집을 올 수도 있었다.

*

건강검진,
죽을 날을 돈 들여 알아보는 일

*

몇 푼 벌면 금방 편해지는 마음이여
네 목을 죄는 그 목줄,
도저히 못 풀겠다면 더 강하게 조여보라

*

들여다보기 위해선
먼저 씻어내야 한다.

이년에 한 번, 이때가 아니면
내 속에 배관들이 있음을 알지도 못하지.

*

내 입을 떠난 이빨들을 모아두고 있다.
때 낀 돌멩이 같은 이빨들,
어금니는 공기돌 같고 앞니는 쐐기 같다.
뽑혀나갔지만 여전히 나인 것들,

입을 떠나는 건 같은 일이지만
말은 떠나면 내가 아니다. 어디에도 없다.

*

이빨 뽑히는 것보다
돈 뽑히는게 더 아프다. 늘.

*

허겁지겁 지나가던 시간이 턱에 걸렸다.
사월이 멈춘 곳에서 잃어버린 뭔가를 생각한다.
뭘 잃어버린걸까? 의미 같은 것?

*

사월말을 헤매 다녔다.
안동 모텔에서의 작별, 반가움도 이젠 쓸쓸.
내륙의 산들은 다들 녹색어 꿍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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