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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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


어머니 살아계신 동안은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의 하나님을 위해
어머니의 하나님을 믿었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하나님에게로 돌아갔고
어머니의 하나님도 갔다.
엉거주춤한 나를 남겨놓고

어머니도 하나님도 돌아간 교회
목사님은 하나님 이야기 몇 번에
교회 이야기를 수십번 했다.
하나님이 돌아가셨으니

예수는 못박혀 돌아가지 못하고
기도들 끝에 매달려
돌아간 하나님께 아멘을 전달한다.
집요한 사랑의 이름으로

교인들이 교회에 오지 못해도
헌금은 줄지 않았다 한다.
십일조와 감사헌금은 태연했다
하나님이 떠났어도 교회는 남아 있으니

하나님이 떠났으니
목사님이 하나님보다 교회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못박힌 예수를 인질로 잡고 있는 한

부자는 나사로를 전령으로 보내는 일에 실패했다.
하나님이 여기 있으니
거기에 목 메지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부자
천사는 그 일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나님과 함께 있을 어머니도
내게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을까
얘야, 거기엔 하나님이 없단다.
여전히 천사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하나님도 어머니도 없는 교회
마른 십자가 뒤에 매달린 예수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무엇을 더 비우려고 고개 떨구고 있는지

봉투에 지폐 몇 장 감사헌금으로 넣고
감사할 내용을 적었다.
하나님 빈 집에 굳이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만 떠날까 합니다.

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