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보청기안양만안구청센터

안양보청기, 난청 부모님을 위한 일, 미루지 마세요.

취몽인 2022. 5. 9. 09:45

맛있는 것부터 드세요? 맛 없는 것부터 드세요?

분주했던 5월의 첫 주가 지나갔습니다. 집 안팎으로 행사가 많았고 지방도 다녀올 일이 있어 정신없었던 한 주였습니다. 당연히 일상의 많은 일들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서 진정한 5월의 시작은 둘째 주인 오늘 부터라는 생각을 혼자 해봅니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이제는 양친 모두 안 계셔서 어버이날의 주인은 우리 부부가 되었습니다. 물론 요양원에 계신 장모님이 있지만 전화 한 통 밖에 드릴 수 없으니 안타까운 날이기도 했습니다. 딸들과 사위와 함께 저녁을 먹고 선물도 받고 했지만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겐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더군요.

밤에 잠자리에 누워 혼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기 사과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잘 익어 맛있어 보이고 하나는 설익어 맛이 좀 덜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는 이런 경우 맛없어 보이는 사과를 먼저 먹었습니다. 좋은 것을 좀 미뤄두고 불편한 것, 나쁜 것부터 먼저 해결하는 오래된 버릇이 있었던 것이지요. 늘 뭔가 부족하고 앞 일이 걱정되는 그런 삶을 살아오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은 늘 두 개의 사과 모두 맛없게 먹는 결과를 낳곤 했습니다. 설익은 사과는 설 익어 맛이 덜하고 잘 익은 사과는 나중에 먹게 되니 시들어버렸습니다. 두 개의 행복을 모두 제대로 누리지 못한 셈이지요. 거꾸로 했으면 아마 둘 다 제대로 누렸을 지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 부부도 이제 환갑 나이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이 순서를 바꿔서 살아가겠다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미래는 이제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살아온 날의 대략 30% 정도이겠지요.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지금 이 순간에 가장 행복한 일을 우선적으로 하자 생각한 것입니다. 미래는 미래에게 맡기고 현재에 가장 최선인 삶을 살자, 아내에게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신없는 한 주간 동안에도 고객분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보청기를 마련해드리려고 오신 분도 계셨고 스스로 난청이 불편해서 찾아온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여전히 자녀와 함께 온 한 분 어머니는 당신의 난청의 불편함 보다는 자식의 부담을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어머니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을 하시라. 자식들은 아직도 시간이 많으니 지금보다 더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 어머니에게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가족들과 편하게 대화하고 소통하고 사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니겠냐고, 자식들이 보청기를 해준다면 마다하지 말고 하시라고, 그것이 어머니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오래 동안 행복을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어머니는 결국 그날 결정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어머니도 저처럼 평생 맛없는 사과를 먹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맛있는 사과는 자식에게 줘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부모의, 특히 어머니의 마음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맛있는 사과를 어머니에게 권할 유일한 사람은 자식입니다. 어머니의 습관처럼 유보된 행복은 이제까지 우선적으로 행복을 먼저 누려온 자식들이 찾아줘야 하는 것 아닐까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아드님에게 전화를 드릴까 고민 중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 간의 사랑, 맛있는 사과를 그동안 양보하고 살아오신 부모님이 먼저 드시도록 하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