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이명, 보청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아직 봄꽃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불쑥 여름이 온 것 같습니다. 어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땀이 제법 흐르더군요.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도 이젠 막바지이니 그럴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요즘 거리는 온통 선거 현수막의 물결과 확성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관심보다는 염증이 듭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책임지지 못할 소리를 마구 내뱉는 것처럼 들려 짜증스럽기까지 합니다. 정치,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나와는 너무 먼 신기루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더 나쁜 세상에서 살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요 며칠 고객 한 분이 거의 매일 굿모닝보청기만안센터를 찾고 계십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다녀가셨습니다. 오래 전에 처음 오셨다가 지난 주에 왼쪽 귀 보청기를 새로 하신 분입니다. 피팅을 해드렸는데 들리는 소리가 작다고 하셔서 소리를 키워드리면 또 귀에서 소음이 심하다고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청력검사부터 다시 해봤습니다. 작년 11월에 검사한 결과와 비교를 해보니 왼쪽 귀 청력이 더 나빠지셨더군요. 난청이 있는데 방치를 하면 청력은 더 나빠지는 게 알반적입니다. 문제는 말소리를 알아듣는 정도를 알아보는 어음분별력 검사를 해봤더니 심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른쪽 귀는 95db에서 90% 정도의 어음분별력이 있었는데 왼쪽 귀는 100db에서도 33%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이럴 경우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난청이 심해지면서 어음분별력도 급격히 나빠진 게 아닌가 짐작이 갔습니다.
다행히 미리부터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 오른쪽 귀는 난청 정도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어음분별력도 좋은 편이어서 새로 한 왼쪽 보청기는 소리를 듣는 보조 역할 정도를 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였습니다. 상황을 설명 드리고 왼쪽 보청기를 적정 출력으로 피팅 했습니다. 왼쪽 귀 단독으로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려드렸습니다. 이런 경우 고객은, 그럼 왼쪽 보청기는 필요 없는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의 청력도 변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난청이 심한 귀를 방치하면 귀는 점점 더 나빠지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보청기를 착용해서 귀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보호해야하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와서 양쪽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소리의 방향성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어음분별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고객의 경우처럼 난청이나 이명 정도에 따라 보청기가 속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이명의 경우에는 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청기가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보청기를 착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난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 귀에게는 가장 잘 들리는 시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나빠집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최선의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보청기를 착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늘 난청을 시원하게 해결해드리지 못할 때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를 하지만 고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난청 치료에 대한 의학적 진보가 하루 빨리 더 이루어지고 보청기도 더 많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분명이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그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일, 그것이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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