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 발표 詩

비빔국수

취몽인 2022. 5. 30. 17:24

 

비빔국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자꾸 움직여보라 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줄 알면서 그래도 움직여 보란 말에 꼼짝 못하는 울화를 쏟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게 내 탓이냐 움직이도록 하는 게 바램 아니냐. 화가 돌아오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이라 건 폭력이다. 되 쏟습니다 모처럼 집에 왔던 딸들 난감하게 제 집으로 돌아가고 조는 강아지 사이에 두고 입 다물고 있습니다. 속 모르는 사람, 각자 속으로 그랬습니다.

 

뚝딱뚝딱 참기름 냄새 나더니 비빔국수 두 그릇 상에 놓입니다. 아내는 검은 고명처럼 암 말없고 저는 옆으로 설설 기어 딸이 숨겨 놓은 소주를 더듬습니다. 국수 가닥 깊이 잘 버무려진 묵은 김치를 찾아 한 잔에 한 점 목 따갑게 삼킵니다. 긴 오해의 가닥들 탱탱하게 꼬인 것들에 취하는 시간입니다. 요모조모 그저 한심한 꼴이지만 그래도 우리 마누라 국수 맛은 좋습니다.

 

 

-모던포엠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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