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보청기안양만안구청센터

안양보청기, 공휴일에도 굿모닝보청기만안센터는 문을 엽니다.

취몽인 2022. 6. 6. 09:01

휴일과 보청기센터

오랜만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간 애태웠을 농사 짓는 분들에게도 그리고 그 분들이 키우는 농작물에게도, 저 혼자 자라는 식물들에게도 단비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축축하고 서늘한 아침 공기가 참 반갑습니다.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흘 연휴를 잘 지내고 있겠지만 보청기센터 원장은 여느 월요일과 다름없이 아침 일찍 출근해서 커피 한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늘 갈등입니다. 남들 쉬는 날 나도 쉬는게 어떨까? 찾는 분들도 없는 휴일에 굳이 출근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지 쉬는 날이니 평일에 출근하느라 부모님 모시고 보청기센터를 오지 못했던 분들이 혹시나 올 수도 있으니 출근하는 게 맞지. 이 두 두가지 기준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늘 나중의 생각이 이깁니다.

지난 일 년, 주중 휴일로 정해 놓은 목요일도 딱 이틀 쉬었고 토요일은 당연히 출근을 했습니다. 국경일 등 공휴일은 설날과 추석 당일 하루씩만 쉬었고 매주 일요일은 휴무했습니다. 365일 중 60일 정도 쉰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면 참 열심히 일한다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일 출근해서 보청기 일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더 많이 했으니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ㅎㅎ.

사실 휴일에 보청기센터 문을 열었을 때 고객이 찾아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분 정도 오시는 경우도 드뭅니다. 특별히 예약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혼자 사무실을 지키다가 좀 일찍 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굳이 출근을 하는 이유는 앞서서 말한 것처럼 간혹 주중에 부모님과 함께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 쉬는 날을 이용해서 보청기센터를 찾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소리를 잘 듣지 못하시니 보청기를 해드리고 싶은 데 주중에는 근무시간이 끝나면 보청기센터도 문을 닫기 때문에 못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본인이 쉬는 날 혹시 방문 상담이 가능하냐고 물으시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몰론 전화를 받고 그때 출근을 해도 되겠지만 그냥 오시는 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집에 있어도 마음이 별로 편치 않습니다. 그러니 출근하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 보청기를 새로 하신 할머니가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서 피팅을 다시 해 드리기로 했고, 또 한 분 어르신의 보청기가 습기 때문에 작동이 잘 안돼서 제습기를 돌려 말려 놓은 것을 찾으러 오실 예정입니다. 휴일 출근해서 두 분의 고객을 맞을 예정이니 바쁜(?) 날이지요. 그런데 비가 와서 어르신들이 오실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르신들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거의 외출을 하지 않으시거든요.

기다리는 시간 동안 대청소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그전에 물꽂이 해 둔 고무나무가 뿌리를 제법 내렸으니 화분에 옮겨 심고 같이 뿌리를 내린 다육이도 화분에 심는 일을 먼저 할 요량입니다. 겨우내 황금죽과 금전수가 추위를 못 견디고 죽어버려 마음이 아팠는데 요 작은 새 생을 키워내는 일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다시 다가올 겨울에 남은 식물들이 어떻게 견딜지 벌써부터 섣부른 걱정이 있습니다만 어찌어찌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지요. 산 목숨을 얼어 죽게 만드는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니까 제가 책임지고 지켜줘야 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만 아침입니다. 그래도 이런 시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청기센터,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하며 지낼 수 있어 좋지요. 마음만 혼자 서둘러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지난 일 년 동안 배웠습니다. 그것 만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