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극장 미도극장 국민학교 시절 미도극장은 먼 곳이었다 엄마없는 하늘 아래 단체로 영화보러 간 게 처음이었다 해주네 집 있던 구극직물 골목을 지나고 미혜네 동네 국민주택 고개를 넘고 더 먼 옛날엔 버스 주차장이었던 삼각형 넓은 마당을 지나 대명시장 맞은 편에 버티고 있었던 미도극장 ..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5.02.18
골목 - 땅골 골목 - 땅골 두류산이 흘러내려 이구못에 고이는 즈음에 서러운 골목이 길었다 가을 저녁이면 아주까리 별 잎 뒤에 고추잠자리 주렁주렁 잠자던 들머리를 지나면 숙이 누나 세탁소가 있었고 잘생긴 한수네가 있었다 거기서부터가 땅골 가난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진 흙투성이 골목이 ..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5.02.10
골목 1 골목 1 큰 골목에서 떠밀려 이사 온 현숙이네 만화방 뒷 골목 앞집은 숙이네 뒷집은 창수네 그 사이에 대문 옆에 돼지 두 마리 키우던 구영감댁 구석방에 세들어 살았다 변소도 대문 옆에 숨어 있어 밤중에 똥눌 때는 무서워 떠는 나를 돼지가 빤히 보곤 했다 거무틔틔 번질번질한 돼지우..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5.02.01
스판의 골목 스판의 골목 넓은 등짝은 모퉁이를 돌아 떠나고 없었다 조무래기들이 떼로 쏟아지던 경사도 지워지고 연탄집게 쳐들고 아버지 싸움을 거들던 삼거리도 초라하다 느닷없는 이름 파도고갯길 물길은 좁고 파도는 가물었다 3번, 5번 그리고 또 몇 번인가 척추는 자꾸 납작해졌다 그만큼의 높..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5.01.22
오래된 아름다움 오래된 아름다움 어느 봄 밤에 묵은 기억들을 만났다 사십년 상상도 못했던 시간의 끝에서 흑백 사진 속 손톱만한 친구들이 걸어나왔다 많은 것들이 잊혀졌지만 모질게 남은 흔적들 추억들 슬퍼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봄 밤은 시끄럽게 취하고 새벽녘 달도 덩달아 취하고 낡은 아름다움..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4.05.16
내당교회 내당교회 반고개 꼭대기에 전쟁 끝나고 지금은 다 돌아가신 목사님과 장로님이 벽돌 쌓아 지은 교회 하나 있었다 성주 가는 신작로 내느라 반고개는 툭 잘렸지만 교회는 남은 높이 위에 남아 반월당만 지나면 멀리서도 보였다 저절로 생긴 흙 축대에는 개나리 아카시아 성기게 심어져 있..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3.10.29
사과 도둑 사과 도둑 언제부턴가 하교는 땅골 무리들과 함께 했다 오래 같이 자전거로 통학하던 친구는 삐딱해진 나를 똑바로 보지 않았다 우리는 늘 전설의 만두집을 지나 미도극장 뒤로 크게 휘며 이어진 골목길을 금 긋듯 다녔다 무리 앞엔 늘 새카만 꼬마가 있었다 녀석은 무리의 리더였다 가..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3.02.05
1학년 2반 1학년 2반 서대구시장 입구쪽에 뒷문이 있었다 철문 열고 올라가면 오래된 교실 1반 다음에 2반 그리고 박옥자선생님 우리의 첫 시절은 2부제 기억도 아련한 오전반 오후반 오후반이면 오전에는 뭘 했던가 운동장에 쪼그려 작대기로 그림도 그렸었다 달성공원 앞에서 아버지가 치..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12.23
6학년 13반 6학년 13반 육학년 첫 날 교실에서 비행기를 날리다 처음 보는 선생님에게 눈물이 쑥 빠지도록 혼이 났다 강준영선생님 잎다섯이라는 동화책을 낸 동화작가 선생님 코끝이 약간 얽은 선생님은 무서웠다 차정훈 박성실 김영민 우리 반엔 똑소리 나는 여학생 셋이 있었다 옆에 가면 ..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