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베토벤 바이러스 띠리리리 리리리리리 사흘에 한 번 꼴로 베토벤은 삼거리에 나타난다 싸구려 신디사이저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면 뒷골목 깊숙한 곳에서부터 접신된 사람들이 끌려 나온다 제각기 묵은 악기들을 가슴에 안고 어깨에 지고 땅에 끌면서 연주가 끝나기 전에 ..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12.19
오학년 팔반 오학년 팔반 열두 살 오학년이 끝나고 열세 살 육학년으로 떠나는 시간 안경 낀 조영훈 선생님은 통지표를 건냈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수가 달랑 두 개 지금까지 받은 열 번의 통지표 중 가장 가난한 통지표 아이들은 육학년으로 떠나고 이월의 마른 햇살만 남은 교실 비듬으..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12.16
배꼽 마당 배꼽 마당 누가 그 곳을 배꼽 마당이라 이름했는 지는 알 수 없다 반고개에서 궁디산으로 이어지는 비스듬한 언덕 땅골에서 시장통과 학교로 연결되는 여러 가닥의 골목들 수 없는 발걸음들은 어쨓든 그 좁은 곳에 걸쳐있다 동생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집으로 돌아가던 꼬불꼬불..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11.23
캐리 캐리 2011. 4. 13 지금은 쇠꼬챙이 같은 타워의 그늘이 드리운 두류산 기슭 골목 그날도 오늘처럼 나른한 봄날이었다 우르르 내당시장으로 꺽인 모퉁이를 돌아 인국이와 헤어지자 저멀리 전봇대 버팀줄 아래 캐리가 매여 있었다 아버지 그리고 몇몇 아저씨들에 둘러싸여 이미 축 늘..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04.13
오~오~다리 오~ 오~다리 2011. 3. 18 잔 돌 우루루 비탈진 골목 두 개 비껴 달려 껑뚱껑뚱 내려가면 비밀처럼 드리워진 이금못이 있었다. 아부지 말로는 낚시도 했다는데 개구락지밥 걸죽하게 끌려오는 못에서 낚시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삭은 타이아 잘라 곰줄 만드는 아저씨와 철개이 쫒는 아이들만 칠랄팔락 했..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03.18
철공소 철공소 그 시절 새길시장 삼거리엔 정미소가 있었고 막 찧은 쌀을 싣고갈 조랑말 구루마가 주루룩 오그락지 말리듯 늘어서 있었지 기억컨데 그 맞은 편 덕 화의원옆에 고장난 트럭처럼 대동철공소가 윙윙 쇳가루를 날리며 벌겋게 녹슬고 있었지 둥글게 쇠를 깎던 일제 센빙 두대 ..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1.01.07
비오는 날의 매복 비오는 날의 매복 2010. 12. 25 쏘나기 쌔리 붓는 장마철이면 앞주디가 뿌사진 수굼퍼 한 자루 살 꺾인 우산 하나 매고 쓰리빠 바람으로 처마밑에 모인다. 질바닥 한 가새 낑낑 구디를 파고 수채 뒤져 시궁창 한 무디기 넣고 흙탕 빗물 걸죽하게 채우고 젖은 작대기 얼기 설기 얹어 뚜껑 맹근다 장마비는 ..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0.12.25
구슬 따먹기 구슬 따먹기 2010. 12. 7 해질 무렵 배꼽마당에서 언 아이들이 구슬 따먹기를 한다. 삼각구를 그리고 터진 손가락으로 뽀도를 빨고 문디를 틩긴다 바람개비 같은 혓바닥 같은 유리 구슬 백구에 맞아 튀기도 한다 나를 맞추던 녀석들 철공소집 아들인 내 차랑을 때리던 녀석들 부숴지는 유리 부숴지는 좌.. 詩舍廊/반고개 추억 201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