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40

매몰

매몰 2008. 4. 16 들리는 소리에 이웃 마을에 그 놈의 괴질이 또 나타났다 한다. 비닐 옷 입은 사람들이 흰 가루약을 연신 뿌려대며 부산한 꼴이 재앙이 닥친게 분명하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만 들었다. 주야장창 붉 밝힌 좁은 닭장안에서 병아리 모습 벗자마자 먹고 싸고 알 낳고만 반복하던 우리 어머니들이 옆 마을 그놈의 괴질 소문이 들리는가 하더니 계사 옆에 얼른 판 구덩이 속으로 두 눈 멀쩡히 뜬 채 집어 던져져 생매장 되었다는 이야기. 아프기나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똥구멍 헐도록 알 뽑아 먹더니 금방 낳은 알 식지도 않았는데 목 채서 집어 던져진 우리 어머니들. 이태전 일이었다고. 몸 돌리기도 어려운 좁은 닭장이 부르르 떨린다. 눈 뻘건 주인이 시간 아닌 먹이를 주고 막 낳은 알이 바케스에 던져..

詩舍廊/GEO 2008.04.16

노란 길

노란 길 2007. 11. 15 아이들이 날 선 하늘을 이고 수능을 치르는 날 거리는 비온 뒤 노란 시간들로 가득하다. 서울의료원 벤취엔 고즈넉한 병색들이 흩날리는 가을의 수액에 젖고 발끝 마다 화들짝 튀어 오르는 나비떼 한 걸음 앞에 노랗게 내린다. 먼 강 일어나 코끝 찡한 바람으로 몰려 돌면 마른 어깨 진저리 떨며 노란 웃음들 거리에 쏟아진다. 아이들이 하늘을 뚫고 까르르 쏟아져 나올 시간 온 길 가득 바람 불어 우수수 노란 박수들 일어났음 좋겠다.

詩舍廊/GEO 2007.11.15

大發生

大發生 2007. 9. 18 예멘, 짙은 사막 한 가운데 먼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북아프리카에서 홍해를 건너 온 사막 메뚜기떼 잔뜩 웅크리고 있다 바람으로 바다를 건넌 모세의 세대는 또 다른 모래로 사라지고 광야를 떠돌다 가나안을 바라보는 여호수아의 세대로 깨어나고 있다 야곱의 출발은 60명 남짓이었으나 구름 기둥으로 홍해를 건넌 그들은 셀 수 없는 大發生이 되어 모래 폭풍처럼 몰아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늘을 덮고 땅을 뒤덮는 이동 아랫 턱은 대지를 씹고 날개는 나무를 태우며 소개 작전처럼 사막을 실어 나른다 그저 배회 만으로 무너뜨린 여리고성 너머로 산지를 나누듯 또 한 세대의 정벌을 끝내고 시야 가득 날아오르는 붉은 흙만큼의 부서진 몸뚱이 불순종과 반역, 그리고 회복을 거듭하며 알지못할 또 다..

詩舍廊/GEO 200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