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43

매몰

매몰 2008. 4. 16 들리는 소리에 이웃 마을에 그 놈의 괴질이 또 나타났다 한다. 비닐 옷 입은 사람들이 흰 가루약을 연신 뿌려대며 부산한 꼴이 재앙이 닥친게 분명하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만 들었다. 주야장창 붉 밝힌 좁은 닭장안에서 병아리 모습 벗자마자 먹고 싸고 알 낳고만 반복하던 우리 어머니들이 옆 마을 그놈의 괴질 소문이 들리는가 하더니 계사 옆에 얼른 판 구덩이 속으로 두 눈 멀쩡히 뜬 채 집어 던져져 생매장 되었다는 이야기. 아프기나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똥구멍 헐도록 알 뽑아 먹더니 금방 낳은 알 식지도 않았는데 목 채서 집어 던져진 우리 어머니들. 이태전 일이었다고. 몸 돌리기도 어려운 좁은 닭장이 부르르 떨린다. 눈 뻘건 주인이 시간 아닌 먹이를 주고 막 낳은 알이 바케스에 던져..

詩舍廊/GEO 2008.04.16

노란 길

노란 길 2007. 11. 15 아이들이 날 선 하늘을 이고 수능을 치르는 날 거리는 비온 뒤 노란 시간들로 가득하다. 서울의료원 벤취엔 고즈넉한 병색들이 흩날리는 가을의 수액에 젖고 발끝 마다 화들짝 튀어 오르는 나비떼 한 걸음 앞에 노랗게 내린다. 먼 강 일어나 코끝 찡한 바람으로 몰려 돌면 마른 어깨 진저리 떨며 노란 웃음들 거리에 쏟아진다. 아이들이 하늘을 뚫고 까르르 쏟아져 나올 시간 온 길 가득 바람 불어 우수수 노란 박수들 일어났음 좋겠다.

詩舍廊/GEO 200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