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온난화 2008. 4. 3 오오츠크해에서부터 얼어 왔을 하얀 눈의 토막난 동태 두마리 각기 다른 곳에서 도살 당한 채 살 부대끼는 서로 다른 이름의 고기 덩이들 난자된 재작년 김장 김치를 부둥켜 안은 채 얼어 죽은 만두 푸룻푸룻 뒤엉켜 굳은 지난 봄의 추억같은 푸성귀 배 갈라져 부끄럽게 .. 詩舍廊/GEO 2008.04.03
고비 고비 2008. 4. 2 시멘트 담벼락 지난 담쟁이들이 낡은 그물처럼 헤어져 붙어있다 겨우내 푸르던 측백나무 무표정한 얼굴은 여전히 푸석하고 주춤주춤 뿌리 얕은 목련, 꽃 눈치로 비켜드는 햇빛을 훔친다 손톱 밑 생가시가 유난한 이즈음은 만사가 몸살이다 비는속절없이 자꾸 내리고 마지.. 詩舍廊/GEO 2008.04.02
떨켜 떨켜 2007. 12. 7 부음처럼 겨울이 왔다 문둥이 떨어진 손가락처럼 잎 떠난 자리 가슴 뭉특한 빈 가지만 하늘에 툭 닿아 있다. 떠나기 위해 그날 우리는 먼저 너에게로 난 작은 문들을 하나씩 하나씩 닫아야 했다. 여름날 동안 우리가 주고 받았던 끈적끈적한 대화를 멈추고 입을 닫듯 문을 .. 詩舍廊/GEO 2007.12.07
노란 길 노란 길 2007. 11. 15 아이들이 날 선 하늘을 이고 수능을 치르는 날 거리는 비온 뒤 노란 시간들로 가득하다. 서울의료원 벤취엔 고즈넉한 병색들이 흩날리는 가을의 수액에 젖고 발끝 마다 화들짝 튀어 오르는 나비떼 한 걸음 앞에 노랗게 내린다. 먼 강 일어나 코끝 찡한 바람으로 몰려 돌면 마른 어깨 진저리 떨며 노란 웃음들 거리에 쏟아진다. 아이들이 하늘을 뚫고 까르르 쏟아져 나올 시간 온 길 가득 바람 불어 우수수 노란 박수들 일어났음 좋겠다. 詩舍廊/GEO 2007.11.15
계절은 길에서 먼저 만난다 계절은 길에서 먼저 만난다 2007. 10. 25 숲은 아직도 내려서기을 주저하는데 가을은 이미 길가에 가득하다 낮은 곳에서 먼저 핀 계절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성급한 청혼 같은 것 쇼윈도우 계절 신상품처럼 길가의 단풍 손때 묻은 화사함이 곱게만 보이진 않네 詩舍廊/GEO 2007.10.25
낙엽 비 낙엽 비 2007. 10. 19 빚쟁이처럼 젖은 바람이 불어 올림픽대로 늙은 잎새들 쏟아져 내린다 어느새 담쟁이 벽도 붉고 길 또한 메말랐는가 서둘러 내리는 가을 비 몸서리처럼 깊은 하늘 차가운 하소연 끝나고 나면 곧 눈처럼 낙엽지리라 詩舍廊/GEO 200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