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내
비오는 창밖으로 넓은 강이 흐른다
팔당 지나서 능내라는 곳
늘 희푸른 강물이 흐름을 멈추고
편안히 누워 있는 곳
스르르 비가 내리면
강물은 가쁜 물안개로 하늘과 하나가 되고
발끝도 지워버리고 강건너도 지워버리고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도 지워버리고
블라인드 쳐진 유리창 너머
커다란 성냥갑 같은 술집도 지워버리는 곳
그곳에다
넓고 느려 흐린 하늘을 닮은
사랑하는 사람들
슬픈 너그러움을 흘려보낸다
* 2001.6.29 초고 / 2011. 11. 3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