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食客

취몽인 2007. 11. 18. 21:01

 도무지 다정다감하지 못한 남편으로서의 아빠가 안쓰러웠는지

큰 딸 하늬가 덜렁 일요일 저녁 영화표 두장을 사왔다. 엄마하고 가란다.

바쁜 주일 저녁 무렵에 억지 춘향으로 팝콘 한 봉지, 콜라 하나 들고  영화를 보고 왔다.

 

 동아일보에 연재 되었던 만화가 허영만화백 원작의 食客.

워낙 연재 만화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영화 내용에 대한 다른 기대는 할 수가 없었다.

 

 몇 가지 몰랐던 상식을 얻은 것 하고 스크린 사이즈와 돌비 사운드가 주는 강제적 감동 몇 개..

임원희라는 배우의 참 안타까운 태생적 한계.(이문식의 극복과 임원희의 한계는 참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왜 하늬가 굳이 이 영화를 골라 엄마 아빠에게 보여 줬을까 하는 질문.

(아마 아빠가 가끔하는 요리 때문에 코드가 맞으리라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나는 또 울었다. 영화 속 소 한마리의 슬픈 표정 때문이다.

주인공 성찬의 동생인 양 하면서도 결국은 인간의 만족을 위해 희생되는

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연 또는 아우라 하나.

 

 

 하지만 결국 이기적 인간이긴 하지만 그 인간의 감정이 이입된 소는 슬펐다.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 너무나 쉽게 순응하는 태도, 그 모두를 담은 누렁 덩치와 슬픈 큰 눈,

그리고 모른 척 떠나는 뒷 모습의 페이소스.

 

 나는 괜히 녀석에게 미안해서 울었다. 녀석이 참 안쓰러워 울었다.

 

 지금 아내는 영화를 본 기념으로 육개장을 끓이고 있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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