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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본학 이야기

취몽인 2007. 12. 7. 18:02
지은이
출판사
웨스트민스터출판부
출간일
2003.11.10
장르
종교 베스트셀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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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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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성경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우리가 보는 한글 성경은 무엇을 보고 번역한 것인지, 그리고 그 번역의 대상은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그것은 과연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한 최초의 성경본문과 정확히 같은 것인지 하는 의문은, 성경을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만한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신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사본학과 원문비평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두 분야 모두 오늘날 남아있는 여러 성경의 사본들(손으로 옮겨 적은 복사본)을 통해 최초로 기록되었을 성경원본의 모습을 추정해가는 학문 분과인데, 전자는 사본들의 특징을 찾아 해석하는데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그 사본들을 비교하며 원문을 추정해가는 것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학문이다.

 

        요컨대 사본학이란, 오늘날 더 이상 성경의 원저자들이 직접 기록한 성경본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학문이다. 오늘날 원본은 없다. 아마도 그것이 처음 기록되었을 재질인 파피루스의 연약성 때문에, 이는 거의 확실하다.

 

        남아 있는 것은 모두 사본들뿐이다. 그리고 이 사본들은 옮겨 적는 과정에서 자주 서로 차이를 보여준다. 이 차이는 옮겨 적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 것도 있고, 헬라어 문법이나 알파벳, 발음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처음 복사한 사람들에 기인하는 것도 있으며,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열 번째, 스무 번째 필사자들에게서 기인하는 문제일수도 있다. 역시 쉽지 않은 내용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본학 상의 여러 문제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본들을 통해, 사본학의 궁극적인 목적인 원문을 추정해 나갈 수 있는지 그 기준을 설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기준들이 가진 문제점과 모순들까지도 숨김없이 함께 제시한다.

 

        이는 사본학의 학문으로서의 객관성을 믿는 저자의 생각을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본학의 학문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근거한 자신감이다. 때문에 저자는 자신이 주로 따르는 주장임에도, 그 주장들이 가지는 오류와 문제점까지도 솔직하게 말한다. 어쩌면 학자적 양심에 충실하기 위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준들과 그 기준들이 가지는 오류들을 함께 제시한 것은 결과적으로 사본학에 깊은 조예가 없는 일반 성도들에게는 혼동스러운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을지 염려가 된다. 사실 나로서도 어느 정도 확실성이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를 ‘학자들 간의 상호 주관성에 근거한 객관성 추구’라는 방식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역시 완전한 객관성을 얻기에는 무리한 면이 있다. 사실 인문학이 가지는 궁극적인 딜레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어쩌면 모든 변수를 통제가능 한 상태에 둔 후에야 학문적 엄밀성을 얻어낼 수 있는 자연과학의 궁극적 전제를 생각해 본다면, 자연과학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일지도 모르겠다) 즉, 완벽하게 원문을 찾아낼 수 있는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본학의 모든 기준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볼 때, 사본학이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무지와 몽매함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좋은 약이 될 수 있겠지만, 성경 원문의 추정이 매우 어려운 것임을 보여주는 부분은 자칫 성경 메시지의 확실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받아들여질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물론 이는 오직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만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꽤 흥미 있는 내용의 책이다. 성경 자체에 대해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되도록 여러 가지 비유들을 사용해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쉽게 다가가려고 하는 점은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다.(약간 과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출처 : 짙은잿빛구름 속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글쓴이 : 짙은잿빛구름 원글보기
메모 : 좋은 책인 듯해서 잊어 버리지 않으려 스크랩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