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던 날
2010. 10. 31
손바닥만한 접시에
죽은 바다와
소주를 주문해 놓고
첫 눈을 기다렸습니다.
비수 같은 학꽁치
연변 아지매 무딘 칼질에
손가락처럼 토막 나 누웠고
친구는 독한 소주를 찾았습니다
바다의 주검으로 바다를 마셔
오래된 가난이 취해가도
기다리던 첫 눈은
쉬 오지 않았습니다
낮은 하늘이 지워지고
빈 주머니로 골목을 나설 때
언 잎 매단 대추나무 끝에서
소나기처럼 첫 눈이 오더군요
시린 불빛 사이로
날카롭게 날카롭게 그어대던 첫 눈은
바다를 튀어 오르는 학꽁치
저민 흰 살점 같았습니다
비린 얼굴에 꽂히는 첫 눈
반가워 하기에는 너무 싸늘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내려다 보고
젖은 고개 돌려 밤바다로 돌아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