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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던 날

취몽인 2007. 11. 21. 10:55

 

 

 

 

 

 

     

        첫 눈 오던 날

 

                                                                                         2010. 10. 31

 

손바닥만한 접시에

죽은 바다와

소주를 주문해 놓고

첫 눈을 기다렸습니다.

 

비수 같은 학꽁치

연변 아지매 무딘 칼질에

손가락처럼 토막 나 누웠고

친구는 독한 소주를 찾았습니다

 

바다의 주검으로 바다를 마셔

오래된 가난이 취해가도

기다리던 첫 눈은

쉬 오지 않았습니다

 

낮은 하늘이 지워지고

빈 주머니로 골목을 나설 때

언 잎 매단 대추나무 끝에서

소나기처럼 첫 눈이 오더군요

 

시린 불빛 사이로

날카롭게 날카롭게 그어대던 첫 눈은

바다를 튀어 오르는 학꽁치

저민 흰 살점 같았습니다

 

비린 얼굴에 꽂히는 첫 눈

반가워 하기에는 너무 싸늘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내려다 보고

젖은 고개 돌려 밤바다로 돌아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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