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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취몽인 2007. 11. 26. 12:21

 

옛날 이야기

 

2007. 11. 26

 

오랜 친구들끼리 옛 추억을 이야기 한다 말이 옛날이지 기실 한 이십여년전 이야기들

우리가 만난 건 십수년 따로따로 살아 온 지난 날을 한 자리에서 주정하듯 이야기 한다 

서울 친구들의 종로 명동  마이하우스 쎄시봉 영그라운드 나팔바지 견장 달린 남방 막걸리

콘크리트바닥 그리고 나 살던 대구의 동성로 파도 고전 마이하우스 교련복 소주 파전

얼기설기 이야기를 얽으면 여기가 거기가 되고 거기가 여기가 된다 술과 음악과 옷과 춤

그리고 숨겨진 사랑 따위가 우리의 옛날이고 우리의 추억인 것을 그 얇은 노스텔지어에

속 없는 웃음을 쏟는다 그 시절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리 호기로웠던가 그리고 우리는 왜

여기 주름 진 얼굴로 그 호기를 새삼 그리워하고 있는가 박장대소 눈이 번쩍이는 친구의

추켜 올려진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추억은 현재에 대한 반감인가 현재는 슬픈 고개를 숙이고

추억 또한 겸연쩍은 웃음을 화이트보드 위에서 흘린다 하긴 지금도 나중의 추억이겠지

우리는 과거 완료형을 양산하며 미래를 향해가는 태엽 인형 같은 걸음 그래도 돌아 보며

웃을 일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친구여 다시 미래에서 지금을 이야기하며

주름 깊이 웃을 때까지 내 곁에 있어 주게나 그대 없이 혼자 씹는 추억은 무서울 듯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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