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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취몽인 2007. 11. 6. 15:55

 

 

쓰레기

 

2007. 11. 6

 

생각이 늘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나간 생각을 뒤적여 보면 생각은 처절하게 초라하다.

생각은 어쩌면 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늙은 여자의 두꺼운 화장처럼 생각은 사실 위에 덧 칠해져있다.

그러니까 지금 무슨 생각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제대로 된 생각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서도 생각은 여전히 주변을 게걸스럽게 두리번 거린다.

바람에 구름에 굳이 무슨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람은 생각없이 불고 구름도 생각없이 흐른다.

하지만 생각은 바람의 목을 비틀고 구름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그나마 생각하고 말면 다행이련만 생각은 미련스런 흔적을 남긴다.

생각의 미련은 생각밖으로 낯이 두껍다.

돌아서면 고개 숙일지라도 생각없는 자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생각할 수록 부끄러운 생각일지라도 끊임없이 생각해내는 숨은 생각들 

 

지나간 생각을 다시 들춰보는 오후는 초라하다.

생각을 지우고 싶은  생각만이 생각 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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