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말이 화장지
아내는 늘 화장대에 휴지를 흘린다
두려운 아침을 닦고
지친 저녁을 지우고
무기력한 눈물을 훔치고
그 갖은 마음이 담긴 휴지를 흘린다
하루는 늘 치열하고
저녁은 아쉬운 유예일 뿐
휴지엔 고된 아내가 묻어있다
늦은 아침 아내의 휴지를 집는다
주저함이 담긴 휴지
일탈의 내심이 묻어 있는
중년 아내의 마음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지며
미안한 마음과
속절없는 수컷의 권위와
새삼스런 부끄러움도 던진다
쓰레기 봉지와 함께 문을 나서다
화장대 두루마리를 본다
올록볼록 상처가 엠보싱 된
아내의 거친 손바닥 같은 휴지
퇴근 땐 티슈라도 사와야 하려나.
2007. 11. 29
<월간 모던포엠 7월호 발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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