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겨우살이

취몽인 2007. 12. 9. 20:45

 

             겨우살이

 

                                                     

            살아 오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온 연륜을 가르며

            내게 뿌리내린 너를

            참 무던히도 미워했었다.

 

 

내 가난한 물관

스멀스멀

언저리에 닿은 네 혀끝

어쩔 수 없는 사랑을

진저리도 수없이 쳤었다.

 

네가 온 날

데면데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잎들이 떠나면

너도 떠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계절이 여러번 바뀌어

우물쭈물

손 뻗어 오는 너를

동정같은 사랑으로

모른척 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어느 겨울 한 가운데

겸연쩍게

자리잡은 네가

이젠 지친 내 가지를 누르고

숨가쁜 물질을 재촉하는 것을 본다.

 

새삼 돌아보면

아득바득

너는 천착하였건만

내 두터운 무심함이

절박함을 소흘히 여긴 탓이다.

 

몇 번 겨울이 더 지나면

시나브로

나의 시간은 너의 흙이 될 것이고

나는 비뚜루 선 채

너를 지탱하는 기억이 될 것이다.

 

그날이 첫 눈처럼 오기 전에

아름드리

무거운 어깨 추슬러

너를 사랑하여야 하리 

그것만이 나를 사랑하는 길인 것을. 

 

 

 

  2007. 12. 9 <모던포엠 2010.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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