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오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온 연륜을 가르며
내게 뿌리내린 너를
참 무던히도 미워했었다.
내 가난한 물관
스멀스멀
언저리에 닿은 네 혀끝
어쩔 수 없는 사랑을
진저리도 수없이 쳤었다.
네가 온 날
데면데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잎들이 떠나면
너도 떠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계절이 여러번 바뀌어
우물쭈물
손 뻗어 오는 너를
동정같은 사랑으로
모른척 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어느 겨울 한 가운데
겸연쩍게
자리잡은 네가
이젠 지친 내 가지를 누르고
숨가쁜 물질을 재촉하는 것을 본다.
새삼 돌아보면
아득바득
너는 천착하였건만
내 두터운 무심함이
절박함을 소흘히 여긴 탓이다.
몇 번 겨울이 더 지나면
시나브로
나의 시간은 너의 흙이 될 것이고
나는 비뚜루 선 채
너를 지탱하는 기억이 될 것이다.
그날이 첫 눈처럼 오기 전에
아름드리
무거운 어깨 추슬러
너를 사랑하여야 하리
그것만이 나를 사랑하는 길인 것을.
2007. 12. 9 <모던포엠 2010.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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