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다시 가을이..

취몽인 2008. 9. 25. 11:04

 

 

다시 가을이...

 

 

                                                                   

아버지,

아침까지 내린 비가

집 앞 어린

앵두나무

욕심을 씻어 냈어요

 

담벼락 가득

하릴 없는 숫 호박꽃들이

저물 준비 하는

담쟁이 늙은 잎들을 밀어내고

노랗게 아우성입니다

 

무심한 향나무

나팔꽃, 분꽃, 호박에, 포도 넝쿨까지

악다구니 기어 오르다

그예 시들어 버린

허물들 보고 웃습니다

 

가을은

이렇게 다시 오건만

아버지,

계절이 다가도록

인사를 못드립니다

 

먼산 바라 누우신 자리

매운 찔레 허리를 감고

봄부터 도사린 상수리 새 줄기

발치를 찌르겠지요

쓸쓸한 억새 얼굴을 가리겠지요

 

가만 두어도 스러질

제깟놈들 버려둬라

아버지,

짧은 목소리

먹먹한 가슴에 들립니다

 

푸른 턱

작아서 단단하던 입술

골 깊은 눈으로

풀 섶 사이 하늘 바라보실

아버지

 

비 비우고 몰려가는

허틋한 구름에

마음만 먼저 보냅니다

용서하시고

잰 걸음 닿거든 그때 꾸중하세요

 

 

 

 

2008. 9. 25 * 월간모던포엠 2010년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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